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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크리스마스 파티 (개정판)
저자이미루
분류[교양]
발행일2013-11-30 판형신국판
ISBN978-89-6849-065-1 (03810)
페이지260 정가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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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집은 1960년대 초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한 젊은이의 모험과 좌절, 고뇌와 아픔, 환희와 절망 그리고 영원히 잃어버린 것에 대한 쓰라림을, 각기 다른 정황을 통하여 예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단편들의 모음이다. 주인공의 뼈 속 깊이 각인된 정서의 편린들은 연대기적 순서에 따라 기술되어 있지는 않다.
  70년대 후기와 80년대 초기의 대학 강단의 분위기와 그 분위기의 끝자락에 있던 한 시간강사의 정신의 굴곡을 다루고 있는 <어느 시간강사의 노트>로 시작되고 있는 이 작품집의 정신은, 어쩌면, 자기 손녀가 일본어 가르치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학교에 다니기보다 교회에 다니기에 더 열심인 것을 방치하는 화자의 외조부의 저항정신이 엿보이는 <어머니의 초상>에 그 뿌리가 닿아있다.
  돈이 없어 대학을 포기하고 장기복무를 지원하여 군에 입대했으면서도, 좋아했던 소녀와의 무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달픈 신병훈련 기간동안 <호밀밭의 파수꾼> 원서를 씹어 삼키듯 읽고 또 읽는 <월광곡>의 주인공의 불굴의 의지나, 대학시절 담당교수로부터 화가로서 사형선고를 받고, 쓰러지지 않기 위해 공군장교가 되어 조국에 대한 사랑을 붙들고 버티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끝내는 자살하고 마는 <오중위의 죽음>이 보여주는 좌절은, 그 시대만의 꿈이나 절망은 아니다.
  일년은 꼬박 공부에 매달려 죽어야 사는 지옥같은 고3 생활을 앞에두고 정말 하룻 밤쯤은 죽어라고 신나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고 싶은 갈망은 지금 고2의 학생들 모두의 보편적 정서이며, 바닷가 외진 시골마을에서 가난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야학을 열어 마음껏 그들의 배우고 싶은 욕망을 채워주고 싶은 <바닷가 공민학교의 추억>이 불러 일으키는 간절한 희망은, 비록 소수지만, 오늘날의 순결한 젊은이들에게도 어느 순간 불현듯 느껴지는 건강한 꿈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많이는, 가까운 사람들의 타산적 이기심 때문에 자신의 꿈을 얼마쯤은 포기하고, 그 회한 때문에 퇴근 길에 포장마차 집에서 독한 소주를 들이키며 자신을 달래야 하는 <성규형>의 모습을 닮아있다. 스스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현실 앞에서 결국 휴강공고를 내고 연구실을 떠나야하는 서교수의 착잡한 삶의 거동을 지켜보는 ‘어동이’의 시선은, 바로 현실 앞에서 수없이 꿈을 수정해야 하는 가여운 우리 시대의 지식인들을 지켜보는 안타까운 대중들의 시선이다.
  어동이는 물을 갈아주어야 하는 근로 장학생이 그의 바쁜 생활의 와중에서 그 일을 잊어버린 오염된 어항 속에서 ‘시지프’의 의지로 견디지만, 결국, 석양을 비껴가는 마지막 햇살 아래, 그의 유일한 세계이고 우주였던 어항의 물위로 둥실 뜨고 만다. 이러한 삶의 비극적 현실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일은 너무 많은데, 자신만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우리들 각자는, 해가 져가는 가을의 황혼을 비감에 젖어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
  실존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저 더 높은 곳을 향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살아 온 것 외에, 이 혼돈의 세상을 위해 무슨 의미있는 일을 했었는지 우리는 자신이 없다. 헤밍웨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애썼던 것 말고 무어 내세울 것이 있을까?
  그러나 가을의 단풍이 여전히 아름답고 화려한 것, 그리고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꼭 내릴 것 같은 첫눈에 대한 기대가 아직 우리의 마음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도서소개 인쇄하기
어느 시간강사의 노트 / 11
성규 형 / 36
어느 건물의 약사(略史) / 65
크리스마스 파티 / 86
어머니의 초상 / 107
오 중위의 죽음 / 121
월광곡 / 170
바닷가 공민학교의 추억 / 202
어동이의 생과 사 / 227

작가의 말 / 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