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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과 은퇴라는 변곡점을 통과한 시니어들의 마음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거나 성게처럼 가시가 돋아 있다. 중장년층의 마음 주머니에 들어 있는 상실감과 열패감, 시기와 질투심, 인정욕구와 자기 현시(顯示), 우울감과 수면 장애 등은 사회가 정한 명령을 따르느라 그동안 누리던 것들을 빼앗겼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심리적 후유증이다. 사회적 정년은 자발적인 내려놓음이 아니다. 신체적 나이 혹은 의지와 무관하게, 다만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에 강제되는 비자발적 물러섬이다. 이 퇴장이 다시금 각자도생의 살벌한 생존 경쟁이 작동하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이어진다면, 이런 심리 상태를 기득권에 대한 집착이나 욕심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통신연체카드발급 가난·질병에 고독이 겹치면 벼랑 끝
정년과 일자리 문제를 세대 경쟁의 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구조의 문제를 개인에게 덮어씌우려는 의도가 담긴 위험한 논리다. 이 땅의 평균적인 사람들은 사회가 정한 규칙과 경로를 따르며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왔을 따름이다. 이들이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고 생애 후반부의 출구를 찾을 우울증 무료상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나라 자살자 중 50대 남성 비율이 가장 높다. 가장 쓸쓸한 죽음이라 일컫는 고독사 1위가 남성 50대다. 우리 시대 중년 남성들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알려준다. 개별적 자살의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긴 어렵다. 가난과 질병이라는 외부 요인과 고독이라는 내부 요인이 겹쳐 회오리를 일으키면 인간을 벼랑 끝으로 몰고 농협주택담보대출한도 간다. 위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수는 계속 느는 추세다.



연령대 높은 남성 ‘고립도’ 높아져
후반부 삶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고립’이다. 고립이란 다른 사람과 접촉이 없거나, 어려울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위 그림은 연령대 추가담보대출 별 고립도를 나타낸 것이다. ‘①몸이 아파서 집안일을 부탁해야 할 경우 혹은 ②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을 구할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없음’이라고 답한 이들의 비율이다. ③사회적 고립도는 두 경우 모두에 ‘없다’라고 답한 비율을 말한다. 50대의 35%, 60살 이상의 40%가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 든든학자금 대출거절 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여성보다 남성이 고립의 정도가 심하다. 충격적인 수치다. 관계의 사슬이 끊어진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생애 후반부에 접어든 이들 상당수가 차가운 도시에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 채, 고립된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치유의 시작은 연결과 소통
고립의 반대말은 연결이다. 연결이란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뜻이다. 마음의 문을 열고 누군가와 소통하는 순간부터 치유는 시작된다. 치유(cure)는 마음에 깃든 병을 물리치고 본래의 나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마음의 병을 앓는 이가 넘쳐나다 보니 치유는 상품화 단계를 넘어 산업(mind industry)으로 발전하고 있다. 돈으로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을까. 명의를 만나 약물 처방을 받거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훈련에 참여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근본적인 치유가 될 수 없다. 다친 마음에 반창고를 붙이려면 누군가의 마음이 포개져야 한다. 심리학자 장성숙의 표현을 빌자면,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하다.’ 마주한 두 사람이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고 공명할 때, 새살이 돋아나는 법이다.
치유의 다른 이름은 돌봄(care)이다. 나를 회복하는 것이 치유고, 남을 살피는 것이 돌봄이다. 치유와 돌봄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고리를 타고 둘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순환된다. 누군가로부터 돌봄을 받은 이는 치유할 힘을 얻고, 치유된 이는 다시 그 누군가를 돌본다. 치유도 돌봄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친구와 이웃이 이 순환고리 안에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준다. 이 순환계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보호망이 작동되는 곳이다. 치유자 정혜신은 ‘내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사람은 산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이 옳다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 곁에는 마음을 전할 그 ‘한 명’이 없었다는 뜻이다.
고립의 섬에서 인간의 숲으로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은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에는 어린 시절 양아버지의 학대로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사는 천재 소년이 정신과 의사를 만나 심리 상담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소년이 삐뚤어진 성정과 반항적 기질을 갖게 된 원인을 알게 된 의사는 그와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며 ‘너의 잘못이 아니다(it’s not your fault)‘라는 말을 반복해서 내뱉는다. 화를 내는 것도 잠시, 오랫동안 봉인해 두었던 마음 상자가 열리면서 소년은 의사의 품에 안겨 통곡한다. 생애 후반부를 시작한 혹은 전반부의 끝자락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 직면해도 화살을 ‘안’으로 돌려선 안 된다.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건 우연적 사건의 결과물일 뿐, 당신 잘못이 아니다.
마음이 아픈 이들은 늘 우리 곁에 있다. 누군가의 도움,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당신도 그중 한 명일 것이다. 상대에게 마음을 꺼내 보여주는 건 부끄러운 행동이 아니다. 그를 믿고 의지한다는 증표다. 상대는 당신이 보여준 인정과 용기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맞은편에 앉은 이가 공감의 눈길을 전할 때, 마음은 두려움을 떨쳐낼 용기를 얻는다. 이 과정을 통과하고서야 비로소 마음을 옥죄던 감정의 사슬을 끊고 밖으로 걸어 나와 시원한 공기를 호흡할 수 있다. 마음의 치유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누구든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서둘러 보따리를 싸고 고립의 섬을 떠나 인간의 숲으로 달려가길 바란다.
덧)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입니다. 만남은 반갑지만, 헤어짐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퇴직과 정년, 은퇴를 거치면서 사회에서 맺은 인연의 대부분은 먼지처럼 흩어지기 마련입니다. 후반부에는 어떤 인간관계를 가져가는 게 바람직할까요. 다음 회차는 ‘관계 맺음의 철학’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진수의 당신이 몰랐던 진짜 은퇴 이야기는?

문진수 작가는 학원 강사, 대기업 간부, 보험 판매원, 중소기업 임원, 사회적기업 대표, 비영리 재단 활동가, 공공기관 상임이사 등 다양한 섹터를 넘나들며 살아온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은퇴의 정석’ ‘은퇴 절벽’을 출간했고, 정년을 앞둔 분들을 대상으로 생애 설계에 대한 강연도 하고 있습니다. 돈이 선하게 쓰이는 세상을 탐구하는 사회적금융연구원 대표이기도 합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생 주기(life cycle)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정년과 은퇴, 노후에 대한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는 분은 ‘당신이 몰랐던 진짜 은퇴 이야기’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한겨레 이메일(ggum@hani.co.kr)로 질문을 보내 채택되시면, 문진수 작가가 격주 월요일마다 생애 후반부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소담한 지혜를 나누어 드립니다. 한겨레 로그인 콘텐츠 ‘오늘의 스페셜’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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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진짜 은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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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수